[kakao x goorm] 구름톤 12기 해커톤 후기(9oormthon in JEJU)
바쁜 취준을 이어가던 도중 구름톤 12기 해커톤 공고가 올라와서 지원했다.
구름톤이란?
구름톤은 카카오와 구름이 주최하는 제주에서 약 3박 4일동안 이루어지는 해커톤이다.
오직 지원서 하나로 참가자를 선발하며, 포지션(기획자, 프론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디자이너)을 선택하고 주어진 공통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지원했고, 이번 12기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구름톤 참여 동기 (300자)
2. 제주도가 직면한 사회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300자)
3.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 아이디어 (500자)
4. 팀원과의 협업을 이끌어 나갈 나만의 장점 (300자)
5. 구름톤을 통해 기대하는 성장 (300자)
6.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한 가지 설명 (300자)
사실 이전 9, 10, 11기 모두 지원했었지만 번번이 떨어졌었다. 이번에도 큰 기대 없이 제출했는데, 키워드에 맞는 서비스를 작성해서인지 운 좋게 합격할 수 있었다.
12월 10일 화요일 아침부터 일정이 시작되어 급하게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전날 밤에 제주에 도착했다. 사실 전날 여행으로 몸살이 나서 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했을 경험을 놓쳤을 것 같다.
1일차: 시작과 낯섦
구름톤 12기의 첫날은 사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몸살이 심하게 걸렸던 탓에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9시 반까지 구름스퀘어로 집합해야 했지만, 결국 늦잠을 자서 10시 20분쯤 도착하게 되었다. 이미 랜덤으로 팀이 구성되어 있었고 조원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우리 조의 구성원은 기획자 1명, 디자이너 1명, 백엔드 개발자 1명, 프론트엔드 개발자 2명으로, 해커톤에 딱 맞는 역할 구성이었다. 늦게 도착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팀원들이 밝게 맞아주어 금세 긴장이 풀렸다.
OT 설명이 끝난 후, 각자의 Self-PR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취준생으로서 현재 하고 있는 활동과 그동안 참여했던 다양한 프로젝트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예상보다 현직자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듣기론 구름톤은 대부분 대학생이나 취준생이 참여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수는 절반 이상이 현직자들이었다. 순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스쳤지만, 곧 현직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점심식사 후에는 구름톤에서 준비한 다양한 강의가 이어졌다.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 GDS 강의 및 실습
• 크램폴린 IDE 실습
• 오픈소스로 신나는 해커톤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소통
강의 선택이 가능한 줄 알았는데, 백엔드 개발자분들만 크램폴린 IDE 실습을 듣고 나머지 직군은 모두 GDS 강의를 수강해야 했다. 이 강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완벽함보다는 속도”라는 말이었다. 해커톤은 짧은 시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최소 기능(MVP)을 빠르게 구현하라는 조언은 이후의 개발 과정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키워드 공개
구름톤은 매번 #제주와 #클라우드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먼저 공개되고, 첫 날 마지막 시간에 세 번째 키워드가 공개된다. 드디어 12기의 마지막 키워드가 공개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고령화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 키워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전 기수의 생성형 AI, K-SDGs와 같은 키워드와 비교했을 때, 고령화는 너무 어렵고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과연 이 키워드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지만, 도전해보자는 마음을 가졌고 팀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팀원들과의 첫 저녁
사실 첫날 몸 상태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조원들과 밥을 먹으면서 간단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일 있을 아이디어 발표를 위해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가 준비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카페에 모여 아이디어를 논의한다고 했지만 나는 컨디션을 생각해 숙소로 돌아와 빠르게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일찍 잠들었다.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다음 날을 준비하는 첫걸음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구름톤의 첫날이 마무리되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강의를 들으며 조금씩 ‘해커톤에 왔구나’라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키워드에 대한 막막함과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2일차: 아이디어의 시작과 치열한 밤
2일차도 어김없이 구름스퀘어에서 시작했다.
이전 기수들의 후기를 보면 카카오 스페이스 닷 원에서 일정을 시작했다는 글을 많이 봤었기에 내심 기대했지만, 이번 기수는 구름스퀘어에서 모든 일정을 진행한다고 해서 조금 아쉬웠다.
특히 카카오 스페이스 닷 원에 있다는 카카오 돌하르방을 꼭 실제로 보고 싶었는데 못 봐서 더 아쉬움이 남았다. 나중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팀빌딩 과정
2일차 오전에는 각자 준비해 온 아이디어 발표 시간이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고령화라는 키워드를 풀어나갔는데, 다양한 접근법과 아이디어를 들으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주제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발표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팀빌딩이 시작되었다.
“팀빌딩은 전쟁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전날 밤부터 전략을 세웠다. 해커톤에서 기획자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기획자부터 잡자는 목표를 세웠다. 운 좋게도 랜덤 팀에 기획자분이 계셨고 팀빌딩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같이 하자고 요청했다. 다행히 기획자분이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안도했다.
그 후, 백엔드 개발자 한 명, 프론트엔드 개발자 한 명, 디자이너 한 명을 더 모집하면서 우리 팀이 완성되었다. 각자의 역할이 확실히 나뉘어 있어 팀 구성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제주 성산플레이스 캠프 이동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우리는 제주 성산플레이스 캠프로 이동했다.
성산일출봉 근처에 있는 숙소였는데, 1인 1실로 제공되어서 생각보다 숙소가 훨씬 좋았다. 장기 레이스를 앞두고 나만의 공간이 주어졌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짐을 풀고 잠시 숨을 돌린 후, 곧바로 해커톤 장소로 모여 아이디어 구체화를 시작했다.
아이디에이션: 막막함과 집중
우리의 주제는 고령화.
막상 깊이 파고들어 보니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했다. 주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려고 접근하다 보니 감정적인 문제와도 연결된 부분이 많아 논의가 쉽게 진척되지 않았다.
어떻게 고령화라는 문제를 풀어낼지 막막함 속에서 팀원들과 계속해서 브레인스토밍을 이어갔다.
결국, 우리는 고령화가 파생시키는 문제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제주 지역은 청년 인구 유출로 부모 세대가 고립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고독사, 외로움, 우울증과 같은 감정적인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아이디어 확정을 못지은채로 비어 파티 시간이 다가와서 우리 팀은 우선 비어파티를 다녀온 후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비어 파티: 네트워킹
저녁에는 구름톤의 메인 이벤트 중 하나인 비어파티가 열렸다.
비어파티는 크게 두 섹션으로 나뉘었는데, 먼저 랜덤 자리 배치로 새로운 사람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알파벳 A~E가 적힌 카드를 하나씩 뽑고 해당 테이블에 앉았는데, 나는 E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기획자 3명, 디자이너 1명, 백엔드 개발자 1명이 있었고, 현직 기획자분들이 많아서 유용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섹션은 같은 직군끼리 모여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총 12명이었고, 두 테이블로 나누어 각 테이블마다 구름과 카카오 멘토님들이 함께해주셨다. 멘토님들에게 질문도 하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의 고민도 나누면서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다만, 좀 더 자유롭게 네트워킹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본격적인 아이디어 결정
비어파티를 마친 후, 팀원들과 다시 모여 아이디어를 확정하기 위한 막판 집중에 돌입했다.
1. 문제 정의
제주 지역의 고령화는 단순히 나이 든 인구가 많다는 문제를 넘어서, 청년들의 유출로 인해 부모 세대가 고립된다는 문제로 이어졌다.
2. 솔루션 도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부모와 자식이 간편하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기획했다. 복잡한 기능 없이 최소한의 동작으로 정서적 연결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재밌겠다!”
팀원 모두가 공감하고 흥미를 느끼면서 아이디어가 확정되었고 본격적인 개발 준비에 돌입했다.
시간이 흘러 문득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넘었다. 다른 팀들은 이미 대부분 숙소로 돌아간 상태였지만, 우리 팀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너무 즐겁고 몰입도가 높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하지만 내일을 위해 잠은 조금이라도 자야 했기에, 5시간 정도만 눈을 붙이기로 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2일차를 마치며
2일차는 시작부터 끝까지 정신없이 달려간 하루였다.
아이디어를 확정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이제부터 진짜 해커톤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원들과의 첫 협업이 기대되면서도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지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했던 하루의 끝, 새벽 제주도의 차가운 공기가 긴장된 마음을 잠시나마 식혀주었다. 내일은 더 잘할 수 있겠지!
3일차: 해커톤 시작
3일차 아침, 팀원들은 모두 약속된 10시까지 메인 홀로 모였다.
전날 밤 늦게까지 진행한 아이디어 구체화 덕분에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의 큰 틀을 잡은 후 디자인과 개발 구조를 확정하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서비스 평가 기준
오전에는 구름톤 측에서 서비스 평가 기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우리가 준비한 아이디어가 과연 이 기준에 부합할지 걱정도 되고, 동시에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특히 완성도와 구현 중심으로 평가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MVP 개발의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준비된 제육볶음과 고등어구이를 먹었는데, 솔직히 제육볶음은 조금 아쉬웠지만 고등어구이는 정말 맛있었다. 밥을 먹고 나서 팀원들과 함께 성산일출봉 주변을 산책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숨 가쁜 일정 속에서 잠깐의 휴식과 리프레시가 되었다. 푸른 하늘이 정신적으로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폭풍 개발 시간
본격적으로 개발에 돌입하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백엔드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가 지속해서 소통하면서 우리가 기획한 서비스를 하나씩 구현해 나갔다. 나는 백엔드 API 연동을 중점적으로 담당했고 다른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은 배포 환경 설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서로의 강점에 맞게 역할을 분담했기에 개발 과정은 무척 수월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처리하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즉시 소통하며 해결하는 완벽한 팀워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구름톤 측에서는 원래 저녁을 제공하지 않지만, 특별히 대표님이 준비해주신 야식 덕분에 잠시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야식을 먹으면서도 팀원들과 서비스의 세부 기능과 배포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개발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배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가 사용한 카카오 클라우드 크램폴린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가 생긴 것이다. 내가 직접 해결해보고 싶었지만, 분업이 더 효율적이었기에 다른 프론트엔드 개발자와 백엔드 개발자분이 멘토님께 질문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나의 참여가 제한된 점이 아쉬웠지만 이 과정 또한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오전 8시쯤 모든 개발이 완료되었다.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그동안 준비한 서비스의 핵심 내용을 발표 PPT에 담았고 우리는 시연 영상을 촬영하며 최종 마무리를 지었다.
4일차: 해커톤 마무리
마지막 날이 밝았다. 전날 밤을 새우며 시연 영상과 발표 준비를 끝낸 우리는 간단히 샤워하고 짐을 챙겨 메인 홀로 모였다.
제공된 김밥으로 허기를 채운 뒤, 드디어 최종 발표 시간이 시작되었다. 각 팀이 차례대로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구현 결과를 발표했고 우리 팀도 준비한 발표를 자신감 있게 이어갔다.
우리 팀의 발표: 심플함을 강점으로
발표는 기획자분께서 맡아주셨다. 발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지만 팀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설계한 우리의 서비스는 확실한 목표와 사용자를 고려한 플랫폼이었다.
• 주요 사용자: 디지털 사용이 서툰 제주 노인층
• 주요 기능: 복잡한 UI/UX 대신 간단한 동작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에 집중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부모와 자식이 간편하게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이 문장이 우리의 기획 핵심이었고, 카카오톡과의 차별점도 여기에 있었다. 우리는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너무 많은 기능으로 복잡하게 느껴지는 사용자들에게 최소한의 기능으로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기획 과정에서 우리는 제주 노인들의 고독사와 우울감이 증가한다는 뉴스와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도출했으며 이 플랫폼이 그들의 감정적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예상치 못한 피드백
하지만 발표 후 받은 피드백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 “이 플랫폼이 왜 필요하죠? 카카오톡과 뭐가 다르죠?”
• “제주 노인들은 외로움을 타지 않습니다.”
우리가 자신 있게 내세웠던 차별점과 핵심 기능들이 오히려 의문으로 돌아왔다.
“카카오톡을 쓰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은 우리의 플랫폼이 기존 서비스와 겹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또한 “제주 노인들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피드백은 우리가 기반으로 삼았던 뉴스와 통계 자료마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순간 멍해졌다. 그동안 심사숙고하며 준비했던 서비스가 우리의 시선으로만 해석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사용자가 진짜 원하는 서비스였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후회 없는 도전
결과적으로 아쉬운 평가를 받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밤을 새우며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한 걸음씩 나아갔던 과정은 그 무엇보다 값진 경험이었다.
다른 팀들의 발표를 지켜보며 주제에 잘 부합하는 팀도 있었고 완성도와 기술력을 중심으로 준비한 팀도 있었다. 발표를 마친 후 느낀 점은 키워드 적합성보다 구현력과 서비스 완성도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는 것이었다.
“키워드보다 완성도가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해커톤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문제 해결과 기능의 완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용자 경험과 문제의 본질에 집중했고, 감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을 시도한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회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보면, 팀원 모두가 정말 고생했기에 뿌듯함이 남았고 나 스스로도 배운 것이 정말 많았다.
이렇게 단시간에 몰입해서 서비스를 만들어낸 경험은 처음이었고, 그것도 제주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한마음으로 협업하며 하나의 목표를 위해 노력했던 시간은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밤을 새우며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쏟아부었던 팀원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더 성장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처음에는 어색함이 가득했던 우리 팀이지만, 어느새 밤을 새워가며 고민하고 웃었던 기억들이 하나둘 쌓였다. 서로를 믿고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끝까지 달려온 덕분에 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라서 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해서 더 값진 시간이었다.
사실 블로그 초입에서 적었듯이, 나는 구름톤이 대부분 대학생과 취준생들이 참여하는 대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직자분들이 많았던 이번 구름톤은 처음에 조금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왜 현직자들이 이곳에 참여할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막상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가 몰랐던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경력 N년 차 서비스 기획자와 나눈 짧은 대화는 아직도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이미 N년이나 경력이 있으신데, 왜 지원하셨어요?”
나의 물음에 그분은 잠시 웃으며 짧게 대답했다.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이력에 한 줄 더 추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기회들을 바라보았지만, 그분의 말은 나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재미’ 하나로 시작한 일이라면 얼마나 더 오래, 더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그때의 그 분의 미소와 짧은 답변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고 앞으로 이 분야에 임할 때 ‘재미’라는 단순한 마음가짐을 더 자주 떠올리기로 했다.
이번 구름톤은 단순히 ‘결과’나 ‘수상’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열정 넘치는 팀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며 성장한 과정, 예상치 못한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몰입했던 경험, 그리고 현직자분들과 나눈 의미 있는 대화까지 모든 순간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제는 이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아 더 많은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나를 기대해본다. 가끔은 부담감과 조급함에 휩싸일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그냥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라는 마음을 되새기며 앞으로도 즐겁게, 그리고 꾸준하게 나아가고 싶다.
“3박 4일 동안 함께해준 우리 팀원들, 정말 고생 많았고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혼자였다면 절대 해낼 수 없었을 이 과정이, 함께였기에 더 의미 있고 값진 시간이 되었습니다.
고맙고, 다음에 또 좋은 인연으로 만나길!”